개요
대도시의 사랑법은 소설 <재희>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제 49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 공식 초청작이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여러 가지 삶의 모습을 그린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입체적으로 도시에서의 외로움, 욕망, 그리고 사랑을 한다. 영화는 현대 관계의 덧없는 특성, 평범한 인생으로 보이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의 대한 차이, 그리고 선택을 함으로써 그것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줄거리
영화의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재희(김고은)과 흥수(노상현)의 조금 특별한 우정이야기다. 재희와 흥수는 학교 신입생때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재희와 흥수는 둘다 클럽과 유흥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렇게 둘다 방탕한 생활을 하던 어느날 재희는 남자와 키스하고 있던 흥수를 보게되고, 흥수는 재희가 아웃팅을 할까 두려워서 재희를 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재희는 재희의 신체 부위가 단톡방에 돌아다닌다는 이상한 소문이 나게 되고 화가 나게 된 재희는 모든 학생이 앉아 있는 강의실에서 웃통을 벗어제끼고 나가버린다. 그 후로 재희와 흥수는 둘도 없는 친한 친구가 되어 동거를 하고, 매일밤 술과 클럽에서 함께 하게 된다.
그렇게 지내던 재희와 흥수는 23살이 된다. 재희와 흥수는 각각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학교 주점파티날 재희는 남자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찾아갔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심지어 재희에게 너같은 여자를 진지하게 왜 만나냐며 폭언을 쏟아붓는다. 그 시각 흥수는 사랑에 빠진 남자가 기타연주회를 한다고 해서 찾아갔다. 하지만 남자가 하는건 기타연주회가 아닌 동성애를 동의한다는 부스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부스를 운영하던 중에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이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흥수와 흥수의 남자친구는 사람들에게 맞게 된다. 그렇게 다르지만 동시에 어려움을 겪은 재희와 흥수는 더욱더 서로를 생각해주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이후에 재희는 임신을 하게 된다.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게된 재희는 죽기살기로 공부하여 대기업에 입사한다. 그리고 흥수는 군대에 간다. 이때부터 둘의 삶이 약간 다르게 흘러간다. 흥수는 군대에서 전역하여 취업준비를 실패한다. 그리고 마음 속에 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이 아직 있지만 그 욕망을 덮어둔다. 재희는 우연히 바에서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다. 그 남자친구는 변호사로 능력이 아주 좋았고 재희와 결혼까지 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어느날 재희의 집에 찾아온 남자친구가 재희와 흥수가 동거를 하게 된 것을 알게 된다. 분노한 남자친구를 달래기 위해 재희는 흥수가 게이라며 강제로 아웃팅을 해버린다. 가족한테도 말해본적이 없는 자신의 정체성을 강제로 타인에게 커밍아웃한 것에 크게 분노한 흥수는 그 날로 다시 본가로 들어가게 된다. 흥수의 어머니는 재희와 흥수가 동거를 해서 흥수가 게이가 아닐 것이라며 안심을 했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흥수는 어머니에게 자신이 게이라며 커밍아웃을 하게 된다.
그렇게 재희와 흥수는 남남처럼 살고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예전에 헤어졌던 변호사 남자친구가 술을 마시고 재희 집에 찾아왔다. 재희가 바람을 폈고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여 그는 술을 마시고 재희를 때렸고, 재희는 도망가면서 흥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재희와 흥수는 다시 만나게 되었다. 흥수는 이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용기를 내게 되었고, 재희는 남자친구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싶은대로 다시 살게되었다. 재희의 결혼식으로 이 영화는 끝이 나게 된다.
느낀점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영화를 보러 갔었다. 그래서 김고은과 노상현이 나오는 순간 처음엔 둘이 싸우지만 나중엔 둘이서 알콩달콩 연애를 하는 로맨스 코미디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퀴어 영화를 몇 번 본적이 있는데 대도시의 사랑법은 그 영화들과 관점이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보통의 퀴어 영화라고 하면 두 사람이 사랑을 하는 장면에 중점을 두었는데, 대도시의 사랑법은 동성애자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나와서 삶이 어떻게 다르게 흘러가는가를 더 들여다볼 수 있었다.
좋았던 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동성애자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도 커밍 아웃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래서 유튜브나 티비에 나오는 동성애자를 보면 그냥 동성애자구나 라는 생각만 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동성애자로 살면 이런 고통을 받았었겠구나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머리로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들에겐 아무런 죄가 없는데 남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고 강제로 아웃팅을 당할까 노심초사하는 삶을 산다. 그들이 살아갔던 삶들을 완전히 느낄 순 없겠지만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을 지 약간은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두번째는 빠른 장면 전개다. 둘의 우정이 가장 중점인 영화라 잘못 만들면 조금 루즈해졌을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 우정을 쌓는 과정, 그들이 각자 사랑에 빠지는 과정, 그들이 겪었던 고통을 빠른 장면으로 전개해서 시작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봤던 것 같다. 근래 봤던 영화 중에 가장 재밌었다.
아쉬웠던 점은 결혼식 이후의 삶을 나타내지 않아서다. 아쉬웠다기 보단 궁금하다. 영화를 읽지 않아서 영화가 책의 줄거리를 얼마나 담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결혼식 이후의 삶이 책에 있는진 모르겠지만 나는 재희와 흥수의 결혼식 이후에 삶도 궁금했다. 재희는 결혼을 해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것 같았는데 흥수는 남자친구와도 결국 헤어지고 그 이후에 어떻게 살아갈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결혼식에서 재희를 보는 흥수의 모습이 어쩐지 좀 외롭게 느껴졌다. 결혼을 하게 되면 친했던 친구와도 조금 멀어지고 가정에 더 집중하게 되지 않는가. 재희와 흥수의 삶에서 서로가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런 재희에게 다른 더 중요한 것들이 생기는 것 아닌가. 흥수는 그런 공허함을 어떻게 채울지가 궁금하다. 흥수가 외롭지 않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